피정복민이 사령관이 되고 노란머리 외국인이 아시아 제국의 군사가 되던 나라. 종교적인 이유로 핍박 받지 않던 나라. 

 바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제국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과거 제국들의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관용'과 '개방성'이었죠.

 지금보다 더 종교문제에 민감하던 시기에도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여 자국민의 유출을 막음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까지도 포용하면서 제국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유능한 인재임에도 종교적 이유로 핍박을 받아온 이들은 자유가 허락된 나라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고, 그것은 바로 그 나라의 기술이 되고 군사력이 되고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로마제국의 사례는 정말 특이했습니다. 피정복지의 시민이 로마제국의 집정관(군 총사령관) 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로마는 무려 40년간이나 산악 민족인 삼니움인들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서로 죽고 죽이고 원수지간이 되었겠죠. 그런데 이 지역을 완전히 굴복시킨 기원전 290년에서 불과 27년 후인 기원전 263년에 이 지역 평민 출신인 '오타릴리우스 크라수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됩니다. 능력 앞에서 출신과 민족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로마는 초기부터 다른 도시국가 정복을 통해 우위에 서기보다는 융합을 택했습니다. 동등한 시민권을 주어 피정복지 시민들도 같은 대우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로마의 포용력은 한니발에게 대패하였을 때도 흔들이지 않고 동맹들이 로마제국에 협력한 결정적 힘이 되었습니다.

 문득 일본이 생각났습니다. 만약 일본이 식민지의 국민들을 하층민으로 대하지 않고 본토의 일본인과 똑같이 대하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조선총독이 조선인이 될 수 있고 일본군 사령관이 조선인이 될 수 있었다면? 분명한 것 하나는 일본에 협력하는 조선인들의 지위를 보장해주면서 자기들의 수족으로 부릴 수가 있었고 충성을 맹세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제국'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로마, 몽고, 영국, 네덜란드, 미국 이렇게 다섯 나라의 사례를 들고 있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몽고였습니다. 아주 작은 유목민족인 몽고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는데, 몽고제국은 군사는 다 모아봐야 10만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나라의 100만 대군(물론 좀 과장이겠지)을 물리친 고구려도 있는데 몽고가 10만의 병사로 세계를 호령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역시나 이유는 '관용'과 '개방성'이었습니다. 몽고는 로마와는 다르게 정복지의 사람이 왕이 될 수는 없었지만, 얼마든지 몽고와 협력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피정복민들을 대접하고 기술을 우대하여, 그 기술을 다시 다음 전쟁에 적용해 몽고 군사들의 희생은 줄이고, 효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몽고군의 기본 전략은 성을 둘러싸는 목책을 세우고 투석기 등으로 우선 공격하는 식이었는데, 이런 기술들은 피정복민들의 기술자들이 수행했습니다. 전쟁 감각 자체가 워낙 뛰어난 몽고의 기병들이었겠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기술들을 습득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싸움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몽고의 군사들이었습니다. 피정복민들을 마구 살육하기만 하고 '지배'하려고만 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대제국이었습니다.


 민족과 종교, 또는 다른 문화를 가졌다고 배척하기에는 이 세상에 너무나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들은 진작 알고 있었고, 무엇이 나라를 강하게 만들지 알고 있었습니다.

 '실용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던 그들이기에 거대한 제국을 이룰 수 있던 것이죠. 유난히도 출신과 성별, 종교 또는 나이마저도 따지는 우리 문화에서는 아직 기대하기 힘든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오직 능력만으로 따지는 세상이라면 얼마든지 우리나라도 알파고 이상의 기술을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에 내보내지 않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부모의 허황된 꿈일 것입니다.

 

 지구 60억명의 생각은 60억가지입니다. 운명처럼 만난 내 사람도 나와 100% 일치할 수도 없고요.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당신과 다릅니다. 당신은 그것을 인정하고 나를 포용했기에 진짜 강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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