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서평이라 하기에는 좀 거창한 감이 있지만, 워낙 많은 이야기가 있고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어느 하나도 비중이 없는 이야기가 없어 한번은 정리를 하고 가고 싶었다.


 이 책은 상상 이상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국가직인데, 권력기관인데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짜 상상 이상이었다. 심각하다.


 혼자 방에서 책을 보며 빵 터진 장면이 있었다.

2009년 어떤 유명인사가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자살예방 상담활동을 펼치고 번개탄 판매업소 순찰을 강화하라는 것이었다.

 응?????? 경찰이 어떻게? 상식이 있다면 경찰이 자살예방 상담활동을 펼치고 번개탄 판매업소 순찰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진짜 상상 이상의 지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지시를 비롯하여 부당한 제도와 악습들을 타파했던 과정들을 기록하고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지금은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은 싸움의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지만 잊고 사는, 누군가는 계속 싸워왔던 토대 위에 우리가 서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싸움의 역사를 기록한 일종의 역사교과서이다. 감추고 싶은 이야기는 감춰버린 '국정교과서'가 아닌 '제복입은 시민들'이 만들어낸 진짜 교과서.


 노조 탄압의 맨 선봉에서 '견찰' 소리를 들어가면 방패를 들고 서있는 이들도 직장협의회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살고 있다. 단 한번이라도 같은 노동자라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어보면 그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Part. 2


  제복입은 시민들, 시민이 시민을 지킨다.


 ‘현장 경찰은 대한민국의 발전 과정에서의 온갖 정책 집행과 사회적 갈등을 최일선에서 돌팔매질을 당해 가며 감당했다......정부 정책 뒷받침을 위해 정권의 주구라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친일 경찰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독재 정권을 위해 부역하고 부정선거에 앞장섰으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과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역사 때문이다......노동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던 오욕의 역사가......’

- 경찰의 민낯 에필로그 中 -


 진실한 사람은 자신의 부끄러운 점을 먼저 드러내고 타인 앞에 솔직해진다고 한다. 나 자신을 숨기면서 나의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민낯’을 읽어보라고 추천글을 올렸더니 누군가 ‘경찰이 시위대 패는 건 안 나오나요’ 라고 댓글을 달았다. 가슴이 아팠다. 그들도 명령을 받는 입장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건만.

 이런 사람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역사 앞에 부끄러웠던 자기 조직의 현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 ‘경찰이 그렇지 뭐’라며 조직 전체와 현장의 경찰들까지 욕보이게 할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경찰의 부끄러운 현실을 낱낱이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쓴 이 책은, 경찰조직이 진정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진짜 경찰로 발전하기 위한 고백이자 변화를 위한 긴 싸움을 선포하는 일종의 출사표 같기도 하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진리와 같은 말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초코파이 밖에 없다. 숨 막히는 경쟁과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이 세상에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볼 뿐이지 않은가?

 경찰들은 참 오랜 기간 동안 잘 싸워온 것 같다. 폴네티앙을 비롯한 일선 경찰관들 하나하나의 열망을 제대로 모을 수 있던 것이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개선에 분명 큰 기여를 했다.


 제복공무원 본인들도,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위험하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소방관, 경찰관 등이 되겠다고 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한번쯤은 경찰을 미워해봤던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아니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참 많이 고생했다. 고생하고 있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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