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전공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지하철역에 있는 장애인 등 약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다른 사람이 타도 되는걸까? 노약자석, 임산부석에 그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앉아도 되는걸까?"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 자리에서 결론은 '된다'였다.
힘들고 피곤한 사람 누구나 필요하면 앉고 이용해도 된다고. 모두를 위한 자리라고.
다만, 임산부, 노약자가 있으면 바로 자리를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동안 아내와 같이 다닐 때는 항상 우리 차로 움직이니까 전혀 못 느끼고 있던 감정을 오늘 느꼈다. 너무 졸려서 차를 두고 지하철로 이동했는데 임산부 전용석에는 아주마니께서 실눈을 뜨고 앉아계시고, 그 누구도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는 이 하나 없었다. 물론 아직 배가 엄청 많이 나오지는 않았고, 임산부 뱃지가 달린 가방도 내가 들고 있어서 아무도 인지를 못 했을지도 모른다.  
 
 금방 내릴거라서 이해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혼자 다닐 때 서서 가면 속상하고 말도 못하고 눈치보였을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임산부의 몸으로 눈치보이고 속상한 마음으로 다니게 하는 주변 사람들이 조금 밉기도 하고~ 
 
 꽉 찬 자리, 힘든 다리,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힘들 것이다. 자리가 비어있는데 힘든걸 참아내며 그 자리들을 앉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힘들고 아프면 그 순간엔 장애가 있는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에 앉았으면 언제든 그 자리에 앉아야 할 사람을 위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신경은 쓰면서 누려야 한다는 것. 
 
 다들 어떻게 세상에 태어났나 딱 한번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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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단지를 진입하는데 입구 바로 앞에 초등학생 남자 아이 셋이 놀고 있었다. 난 진입하자마자 우회전을 해야했는데 아이들이 비켜주지 않았다.

 차를 발견한 두 명의 아이는 먼저 피했다. 한 아이는 자동차가 온 것을 전혀 몰랐는지 그대로 있었다.

 창문을 내리고 아이한테 잠시만 나와달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 뒤로도 단지로 들어오려는 차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경적을 울리지도, 비켜달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잠시 후 다른 아이들의 말을 듣고는 길을 비켜줬다. 그리고 나는 차를 움직였다.


 난 아주 잠깐이지만 내 시간을 지체한 것이었다. 아파트 단지 입구가 막히니 바깥 교통도 막혔을 것이다. 불편함이 맞다. 경적을 울리거나 비켜달라고 했으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불편함이다.


 그렇지만 이런 불편함은 아이들을 위한 어른의 의무가 아닐까?

 아직 좀 더 섬세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조금 불편을 겪더라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


 나는 같은 상황이 또 오더라도 그렇게 마냥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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